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릴까?

2016-12-20 고은미래 편집부 1898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심한 몸살감기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요즘 학교를 중심으로 A형 독감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이미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들도 있다. 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걸까?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린다면 독감 예방주사는 맞을 필요가 없는걸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걸까?

흔히 사람들은 감기와 독감을 같은 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완전히 다른 병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여 종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한 가지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B·C형의 세 종류가 있는데, 사람에게 심각한 독감을 일으키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A형이다. 이 A형 바이러스는 특히 전염성이 강하고 폐렴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 독감이 걸린 상태에서 세균이 몸에 들어와 폐렴으로 발전하면 65세 이상에서 사망률이 무려 80%다. A형 독감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이라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수백가지 서로 다른 균주가 존재한다. 독감 예방주사는 이들 중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균주의 단백질을 뽑아서 만든다. 따라서 보건 당국과 제약회사의 예상이 적중하면 예방접종을 한 사람들은 독감에 걸리지 않지만, 틀리면 독감에 걸리게 된다.

사람들이 독감에 걸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독감예방 접종을 하고 효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시간 걸리기 때문이다. 대개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우리 몸이 독감 바이러스의 단백질에 노출이 되어 독감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필요한, 충분한 양의 항체를 형성하는 데에 2주에서 한 달정도가 걸린다. 그 전에 독감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독감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지금 면역을 가지고 있으려면 적어도 10월 말~11월 초에는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그 효과가 그 사람이 가진 면역의 강도에 따라 3~12개월(평균 6개월) 가량 지속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가? 물론이다. 독감은 통상적으로 독감 유행 시기 전인 10월부터 12월에 독감백신 접종을 권고하지만 5월까지도 독감은 돌아다니므로 12월 이후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리는 마지막 이유는 사람마다 생성할 수 있는 항체의 양이 면역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이 독감백신을 접종하면, 그 예방 효과는 70~90%이다. 다시 말하면 예방접종을 해도 10-30%는 독감에 걸릴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에 자신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은 예방접종을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혈구 속의 비타민C가 급격히 감소하므로 평소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통해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치, 된장, 요거트 등을 미리 섭취해 장의 유익균을 많이 공급해 두고, 음주와 흡연은 면역을 감소시키므로 삼가며,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통해 몸이 피로하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스트레스 역시 면역을 감소시키므로 운동과 취미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도 예방접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감기와 독감이 감염되는 경로도 다르다. 감기는 주로 환자에게서 나온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다른 사람과 접촉됐을 때 감염되는 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독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 생기는 작은 물방울에 포함되어 몸밖에 나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간다. 따라서 감기는 사람과 접촉하면, 깨끗히 손을 씻어서 예방할 수 있고, 독감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마스크나 소매로 입을 가려서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